카오스의 변명 / 우원규

우원규 2025. 5. 10. 07:09

카오스의 변명 / 우원규

본래 그렇게 생겨 먹은 걸 어떡하라고
태어난 순간부터 생존 본능에 충실했을 뿐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라도 행복하다 생각하면 행복한 거지
의미 따위에 집착하지 않아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지
갈바람에 낙엽이 지는데 의미는 무슨
원치 않아도 아무리 외면해도 삶은 전쟁이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안락의자에 앉아 있다고 해서
평화가 허락되는 건 아니더군
천둥소리가 세상을 겁박하고 번개가 작렬하는 밤
쏟아지는 빗줄기와 맞서며 나는 오열했어
가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왜 기어이 살아남아야 하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런 내 말이 구차한 변명이라도 될런지
이 변명조차 카오스의 중심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울음일지
의식이 순수해지는 새벽에는 고요히 무릎을 꿇고 앉아
짓누르는 죄의식으로 무거워진 눈꺼풀에 잔뜩 힘을 주며
먼 산 메아리 같은 카오스의 변명은 애써 외면한 채
자비로운 신의 발등에 입을 맞춘다

_우원규 신간 시집 <꿈속에서 또 꿈을 꾸다> 중

우원규 시인
본명: 우용수
경북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만다라문학 시 신인상(2009)
만다라문학 단편소설 신인상(2010)
한국문학신문 단편소설 작품상(2011)
시집 《위로》(2012)
선수필 신인상(2013)
시집 《꿈속에서 또 꿈을 꾸다》(2025)
시노래 시와 작곡 5건, 노래 작사 2건
티스토리 "우원규 시인의 서재" 운영
명상하며 시 쓰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