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을 주는 시 쓰기 / 우원규 시인
시는 본래 언어 유희라 할 수 있다. 문학(文學)에서 文의 한자 어원적 의미는 "꾸민다"이기에 시는 언어로써 꾸며서 자신을 표현하는 문학의 한 장르이다. 말간 감성과 깊은 사유가 잘 버무려진 시는 읽는 이에게 감동을 준다. 시에 깊은 사유, 즉 사상이 담겨 있을 때 시가 단순한 언어 유희를 넘어설 수 있다는 뜻이다. 깊은 사유에서 인생과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나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요즘 "시가 뭔가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윤동주와 김소월의 시를 읽고 암송했던 나의 학창시절에는 한 번도 듣지 못한 질문이다. 그만큼 시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산문시까지 등장하면서 시의 정체성에 혼돈이 발생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사람의 감성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데 시만 홀로 점점 어려워지고 있어서 갈수록 대중으로부터 더 멀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나는 윤동주와 김소월의 시를 암송했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읽고 공감하고 지인들과 더불어 향유할 수 있는 시를 지향하며 수많은 혼돈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는 시를 쓰고 싶다.

멕시코 출신 미국 시인인 에이더 리몽은 2022년 9월 라틴계 작가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미국 계관시인(poet laureate)에 지명된 인물이다.
미국에서 굉장히 잘 나가는 그녀의 시는 예상 외로 전혀 어렵지 않다. 시를 몇 편 읽어보니 읽는 즉시 이해가 된다. 그것이 그녀의 시가 미국에서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녀의 대표시 가운데 하나인 <비옷>을 읽어보자.

비옷 / 에이더 리몽
의사가 수술과
나의 어린 시절 내내 차고 다녀야 할
허리 교정기를 제안했을 때,
부모님은 허둥지둥
마사지 치료와 지압 시술소와
척추 교정원으로 나를 데리고 다녔고
나는 비뚤어진 등뼈가 조금씩 돌아와
다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고통으로 흐리멍덩해지지 않은 몸으로
더 많이 움직일 수 있었다.
엄마는 내게 노래를 불러 달라고 말하곤 했다.
45분을 달려 미들 투 록까지 가는 동안.
그리고 물리치료 후 돌아오는 45분 내내.
엄마는 나중에는 내 목소리마저 내 척추에서
해방된 것처럼 들린다고 말하곤 했다.
나는 노래하고 또 노래했다.
엄마가 좋아한다고 생각해서.
나는 엄마가 나를 데리고 다니느라
무엇을 포기했는지,
이 성가신 일 말고 나머지 하루가 어떠했는지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
오늘, 엄마의 나이가 된 나는
아직도 계속되는 척추 교정 치료를 받고
직접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오고 있었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다소 감상적이지만
음정 정확한 노래를 따라부르며,
그때 나는 한 엄마가 비옷을 벗어
어린 딸에게 입히는 걸 보았다.
오후 들어 비바람이 심해지고 있었다.
아, 나는 생각했다.
내 일생이 엄마 비옷 아래 있었구나.
놀랍게도 내가 전혀 젖지 않았던 것은 그 덕분이었구나.
ㅡㅡㅡ
우원규 시인
경북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만다라문학 시 신인상(2009)
만다라문학 단편소설 신인상(2010)
한국문학신문 단편소설 작품상(2011)
시집 《위로》(2012)
선수필 신인상(2013)
시집 《꿈속에서 또 꿈을 꾸다》(2025)
티스토리 "우원규 시인의 서재" 운영
명상을 하며 시 쓰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