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를 얼마나 아시나요? / 우원규
16세기에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이 과학자들에 의해 정식으로 공인되기 전까지 천동설을 믿고 살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큰 불편없이 잘 살았고 배 타고 항해도 했고 달력도 만들어서 생활했다. 하지만 인공위성과 우주탐사선을 우주공간으로 쏘아올리는 현대에는 지구 중심의 천동설을 기초로 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우리가 우주에 관해 알고 있는 지식은 해변의 모래알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할 정도로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천문학 지식 몇 가지만 나열해도 사람들은 충격을 받으면서 우주에 관해 이렇게 모르고도 어떻게 잘 살아왔나 신기하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우주의 나이는 138억 년으로 알려져 있다. 태양의 나이는 46억 년이며 태양의 남은 여생은 50억 년 정도 된다. 사람들은 태양 같은 별도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대부분 모른다. 태양은 태양계 전체 질량의 약 99.9%를 차지한다.
우주는 별과 행성, 은하 등 원자로 구성된 물질이 약 4.5%이며 중성미자와 빛이 약 0.3%, 그 외에 아직 그 정체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가 나머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현재까지의 가설이다. 중성미자는 우주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로서 현재도 우리 몸뿐만 아니라 지구도 통과하고 있으며 주변 공간에 가득 차 있다.
우리 은하에는 천억 개 이상의 별이 존재하며 우주에는 이런 은하가 또 천억 개 이상 존재한다. 빅뱅 이론에 의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주는 가속 팽창하고 있고 우주에 중심은 없다.
우리 태양계는 2억 2,600만 년마다 우리 은하 중심을 한 바퀴씩 돌고 있다. 은하 중심에 핵 성단과 초거대 질량 블랙홀을 모두 갖고 있는 은하는 매우 드물지만 우리 은하는 둘 다 갖고 있다.
우리 은하 중심을 공전하는 태양계의 공전 속도는 217km/s이다. 즉, 1초에 217km 속도로 공전하고 있다. 우리 은하에 존재하는 별들의 공전 속도는 은하 중심과의 거리에 상관없이 보통 200-250km/s로 비슷하다. 우주에서 한 자리에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에서는 별과 행성, 은하들까지 단 1초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원자는 99.99999999% 빈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에게서 빈 공간을 모두 빼면 한 개의 먼지만 남는다는 진실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화두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인간을 거시적으로 보나 미시적으로 보나 먼지에 불과하다. 그런 인간이 광대한 우주를 탐구하고 우주를 창조한 신이라는 존재와 우주창조의 목적까지 사유해 볼 수 있는 "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심지어 원자와 우주에도 의식이 있느냐는 주제는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최종적인 연구 종착지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최신 천문학 지식 몇 가지를 간단히 정리해 봤다. 지구를 포함한 우리 태양계가 초속 217km의 속도로 우리 은하 중심을 공전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우리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이런 지식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내가 아는 게 뭐지"라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무변광대한 우주 앞에서 한없이 겸손해지게 된다.
나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북두칠성과 뫼비우스의 띠에 대해 유독 강한 인상을 간직해 왔다. 내 눈에는 둘 다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여름 밤하늘에서 가장 눈에 잘 보이는 별자리는 역시 큰곰자리의 북두칠성이어서 천문학 공부를 하지 않은 보통 사람들도 북두칠성은 다 알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우리 민족은 옛부터 북두칠성이 인간의 수명과 죽음을 주관하는 별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서 할머니들이 청수를 떠놓고 북두칠성을 향해 기도하는 민간신앙도 오랫동안 유지되어 왔다.
북두칠성을 보면 7개의 별이 국자 형태로 평면적으로 나열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태양에서 7개의 별까지의 거리가 모두 다르며 79광년에서 124광년 사이에 존재한다. 따라서 옆에서 북두칠성을 바라보면 국자 형태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즉, 우리는 우주공간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서 존재하는 7개의 별을 북두칠성이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묶어서 기억하지만 한 번쯤은 북두칠성의 형태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북두칠성을 볼 때는 꼭 첫 번째 별과 두 번째 별의 직선 거리의 5배를 연장해서 현재의 북극성인 폴라리스를 찾아봐야 한다. 폴라리스는 그리 밝은 별은 아니어서 흐린 날에는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리고 북두칠성의 마지막 별을 연장하면 오렌지색으로 빛나는 밝은 별을 볼 수 있는데 목동자리의 알파별 아르크투루스다. 여름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기에 머리 바로 위 하늘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별이다. 별빛이 은은한 게 참 좋다.
겨울에는 시리우스가 독보적으로 밝게 빛나서 감동을 주고 우리 영성을 밝혀 주지만 여름에는 단연 아르크투루스다. 그 다음으로 밝은 별인 거문고자리 알파별 베가도 하얀 빛을 청아하게 뽐내기에 고개만 들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베가는 동양에서는 옛부터 견우의 연인인 직녀의 별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의 현대인들은 별이 주는 감동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라 밤에 휘황찬란한 LED 조명에 휩싸여서 하늘을 보기 위해 고개를 드는 수고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 보며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을 노래한 윤동주 시인의 시를 읽었던 낭만도 이젠 찾아보기 어렵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북두칠성 다음으로 뫼비우스의 띠에 관한 내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뫼비우스의 띠는 종이 띠를 한 번 비틀어서 끝을 붙이면 만들어지는 곡면으로서 경계가 하나밖에 없는 2차원 도형이다. 안과 밖의 구별이 없는 대표적인 도형으로 1858년에 아우구스트 뫼비우스가 발견했다.
종이 띠에 손가락을 대고 쭉 가다보면 안인 듯하다가 밖이고 밖인 듯하다가 안이니 안과 밖의 경계가 사라진 재미난 도형이다. 안이면 안이고 밖이면 밖이지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닌 마치 선문답 같은 묘한 함의를 지닌 뫼비우스의 띠는 양자역학의 핵심 원리 중 하나인 양자중첩의 상태를 보여주는 도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즉, 뫼비우스의 띠를 입자와 파동의 중첩성을 설명해주는 모델로 이해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갑작스런 논리의 비약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우주의 시공간이 선형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다차원적으로 존재할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는데 뫼비우스의 띠가 우주의 다차원적 양상을 잘 보여주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무변광대한 우주를 마음속에 그리다보니 글이 너무 깊어졌다. 이처럼 우주는 얕은 지식과 사유로는 작은 조각조차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넓고 깊다. 오늘부터는 온종일 땅만 보며 살지 말고 고개를 들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잠시라도 우주를 가슴에 품어보는 게 어떨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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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규 시인
본명: 우용수
경북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만다라문학 시 신인상(2009)
만다라문학 단편소설 신인상(2010)
한국문학신문 단편소설 작품상(2011)
시집 《위로》(2012)
선수필 신인상(2013)
시집 《꿈속에서 또 꿈을 꾸다》(2025)
시노래 시와 작곡 5건, 노래 작사 2건
티스토리 "우원규 시인의 서재" 운영
명상하며 시 쓰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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